생계급여 신청해도 10명 중 4명 탈락… '소득인정액' 때문에 밀려난 경계선 가구들
생계급여 신청자 10명 중 약 4명이 탈락하고, 공무원이 대신 신청한 경우도 5건 중 1건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인정액 기준을 조금 넘겨 밀려난 '경계선' 가구만 최근 5년간 1만 가구를 넘었습니다.
복지비서 뉴스팀 · 정부 공식 발표(정책브리핑) 기반
생계가 어려워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신청해도 10명 중 4명꼴로 탈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생계급여 신청은 모두 119만7788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75만8521건(63.3%)만 선정되고 43만9267건(36.7%)은 탈락했습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공무원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당사자를 대신해 신청한 '직권신청'마저 5건 중 1건이 탈락한다는 점입니다. 2022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공무원 직권신청 873건 가운데 684건(78.4%)만 수급자로 결정됐고, 나머지 189건(21.6%)은 떨어졌습니다. 이 탈락률은 2023년 21.0%, 2024년 20.2%, 지난해 21.5%로 해마다 20% 안팎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제도를 모르거나 신청을 꺼리는 위기가구를 찾아내겠다며 신청 문턱은 꾸준히 낮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누가 수급자가 되는지를 가르는 '선정 기준'은 3년째 기준중위소득 32% 이하에 묶여 있어, 어렵게 발굴한 가구가 다시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왜 탈락할까 — 소득이 없어도 '소득인정액'이 발목을 잡는다
생계급여 신청자가 탈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인정액'이 선정 기준을 넘기 때문입니다. 소득인정액 기준 초과로 탈락한 비율은 2024년 53.8%에서 올해 상반기 60.5%로 늘었습니다. 최근 5년 전체로 봐도 소득인정액 기준 초과 탈락이 23만3830건으로, 전체 탈락 사유의 53.2%를 차지해 가장 많았습니다.
소득인정액은 실제 소득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소득에서 각종 공제를 뺀 금액에, 집·땅·예금 같은 재산을 매달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더해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실제 소득이 전혀 없는 1인 가구라도, 집이나 땅 같은 일반재산에서 기본공제와 인정 부채를 빼고 2000만원이 남으면 월 4.17% 환산율에 따라 매달 83만4000원이 소득으로 잡힙니다. 이것만으로 올해 1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 기준인 월 82만556원을 넘겨 버립니다.
일하는 데 쓰는 자동차도 생업용 차량으로 인정받는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재산으로 환산돼 탈락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당장 손에 쥔 생활비가 없어도 서류상 숫자 때문에 급여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준선을 '근소하게' 넘겨 떨어진 경계선 가구, 5년간 1만 가구 넘어
소득인정액이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넘겨 탈락하는 '경계선'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의 32% 초과~34% 이하인 경계선 탈락 가구는 2024년 2183가구에서 지난해 3352가구로 53.6%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생계급여 신청 증가율(19.3%)의 세 배에 가까운 속도이며, 올해도 8월까지 벌써 2807가구에 이릅니다.
좀 더 길게 보면 규모는 더 커집니다.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생계급여 탈락가구 가운데 기준중위소득 32% 초과~33% 이하는 4258가구, 33% 초과~34% 이하는 7011가구로 모두 1만1269가구에 달했습니다. 선정 기준보다 조금 위에 있다는 이유로 제도 밖으로 밀려난 가구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선정 기준이 그대로라는 점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수립한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2026년까지 선정 대상을 기준중위소득 35% 이하로 넓히겠다고 했지만, 2024년 30%에서 32%로 올린 뒤 멈춰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도 35% 상향을 국정과제에 담았으나 목표 시점을 오히려 2030년으로 미뤘습니다. 남인순 의원은 기준이 35%였다면 지난해 경계선에서 탈락한 최소 3352가구는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며, 인상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청 문턱은 낮아지는데… '직권신청' 확대와 자립 사다리 논란
정부는 신청 자체를 쉽게 만드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직권신청은 공무원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람을 대신해 급여를 신청하는 제도로, 원칙적으로 당사자 동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정부는 지난 4월 미성년자·발달장애인이 있는 위기가구 일부에 동의 없는 직권신청을 먼저 허용했고,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살시도자 등으로 대상이 더 넓어집니다.
다만 신청 문턱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국정감사에서는 일하는 생계급여 수급자가 2021년 13만8천 명에서 올해 6월 21만7천 명으로 56.7% 늘었는데도, 소득이 늘어 수급에서 벗어난 인원은 1만4948명에서 지난해 7813명으로 반 토막 났다는 자료가 제시됐습니다. 수급자 수는 늘리면서 자립 성과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비판입니다. 내년 4대 급여 예산은 올해보다 4조7천억원 늘어난 27조1천억원, 생계급여 수급자는 약 205만 명으로 추계됩니다.
전문가들은 숫자만으로 '무 자르듯' 판단하는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담당 공무원이 생계에 꼭 필요한 재산이라고 판단한 경우, 지방생활보장위원회 검증을 거쳐 그 재산을 소득인정액 계산에서 빼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재산이 있어 탈락이 걱정된다면, 부채·기본공제·생업용 차량 제외 요건 등 공제 항목을 꼼꼼히 확인하고, 현장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주소지 읍·면·동 주민센터 복지 담당 공무원과 상담해 보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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